달콤한 책

이청은 <냉궁마마>

달콤블 2013. 9. 6. 14:11


가을에 찾아온 여름같은 소설, 이청은의 냉궁마마.



제목을 보고는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동안 생각했다.

분명히 역사소설 같긴 한데,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읽고 나서 생각했다. 아. 이래서 냉궁마마구나.


사실, '냉궁마마'를 읽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반에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뻔한 연애소설'이라 단정지을지도 모른다. 그야 초반에는 정말 그런 느낌이 드니까..

하지만 초반을 넘어 중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소설에서 한 편의 영화로 변모한다.



주인공인 은빈은 무려 '좌의정'인 아버지를 둔, 그 옛날 '최상위 계급'에 머물러 있던 규수이다.

그런 은빈은 임금의 후궁으로 궁궐에 들어가 단지 세도가인 좌의정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의 횡포에 견제를 받아

궁궐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냉궁'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전각에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현판 하나 걸쳐져있지 않은, '궁'이라 불리우기도 민망한 그런 곳에서

몸종인 바늘이와 함께 단 둘이 초라하게 지내면서도 그 당돌함과 발랄함을 잊지 않는 은빈..


그런 은빈을 바라보며, 그 용기와 순수함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빠져들었다.



임금 이려와의 갑작스런 연정과 합방 그리고 임신 그리고 또 유산.. 

이런 숱한 고비들을 넘기면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비밀들과 그에 따르는 반전들..

처음 연애소설 같았던 그 느낌은 어느새 없어지고 그저 '한 여자'의 삶을 바라보는 나만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의 결말을 읽으면서.. 그저 아무 생각도 할 수없었다.

'후궁이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는, 뻔한 연애소설이네'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첫부분과는 정 반대로,

어느새 은빈을 안타까워하며, 한 마리 나비처럼 날아간 한 여자의 삶을 기억하게 되었다.


은빈은 순수함의 결정체였다. 그 어딘가에서 봤던 리뷰처럼, 순수함은 가끔 잔인함을 뜻하기도 하는데,

은빈의 순수함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잔인하리만큼 뇌리에 새겨질 것 같다.